레이디 가가·마룬 5…핫한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뮤지컬 영화의 음악들
핫한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뮤지컬 영화의 음악들글 | 정예경 음악감독유성영화의 시대가 도래하여 영화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듣기 좋은 노래가 나오는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로 흘러갔다. 그리하여, 작곡가 ‘조지 거쉰’, ‘콜 포터’, ‘어빙 벌린’, ‘제롬 컨’ 등의 작곡가의 노래들이 뮤지컬 영화 안에 삽입되어 널리 알려졌다.재즈 연주자들은 합주할 때 간단히 정해진 멜로디와 화성의 약속만 가지고 각자의 기량을 뽐내는 연주를 하는데, 바로 이 노래들이 재즈의 발전과 함께 더욱 널리 알려져 지금의 ‘재즈 스탠더드’라 불리는, 말하자면, 미국의 대중음악, 팝의 근간을 이루는 초기의 표본 음악이 형성되었다. 가장 ‘미국적’인 뮤지컬과 음악, 재즈라는 장르가 만나 형성된 ‘재즈 스탠더드’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새로운 스타일로 수없이 리메이크 되고 있고, 인류의 문화유산이 되었다.오늘은, 재즈 스탠더드가 된 곡들 중 원래 뮤지컬 삽입곡이었던 곡들을 요즘 핫한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것들을 함께 들어볼까 한다. 노래를 하긴 해도, 당시 뮤지컬 영화에서는 춤이 중요해서 ‘배우’나 ‘댄서’ 포지션이 더 강했던 스타들이 부르던 노래와, ‘전문 가수’들이 그 노래를 다시 해석해서 리메이크 한 것들은 스타일에 차이가 있으므로, 그 차이를 비교하며 감상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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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베넷은 무려 1926년 생 할아버지 가수! (매우 정정하시다! 늘 아기처럼 웃으시고...) 그러니까 말하자면, 위에서 설명한 많은 음악의 역사들을 보며, 겪으며 가수 활동을 하신 분이다. R&B와 EDM 등 새로운 물결 속에서, 트래디셔널 팝이라 불리는 스윙재즈 풍의 노래들은 ‘옛날 음악’쯤으로 치부되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이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새 앨범을 들고 귀환하신 순간, 모두 깨갱!‘노익장의 위엄’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신 그 프로젝트는 바로 ‘듀엣’이다.토니 베넷이 젊었을 때 불렀던 많은 스윙 스타일의 곡들을, 현재 한참 활동 중인 젊은 뮤지션들과 한 곡 씩 컬래버레이션 하는 프로젝트이다. 같이 작업한 사람들이 무려... 보노, 마이클 부블레, 빌리 조엘, 엘튼 존, 다이애나 크롤, 존 레전드, 폴 매카트니, 스팅, 바브라 스트라이젠드, 스티비 원더, 레이디 가가,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등이다. 한 마디로 대 투더 박! (이 앨범을 사면,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버는 느낌이랄까? 이게 정녕 가능한 라인업이란 말인가...?!)아무튼 간, 듀엣 프로젝트 모든 곡들은 그냥 다 너무 훌륭하지만 그중에서도 ‘레이디 가가’에서 모두 흠칫한다. 상상 이상, 기대 이상의 케미스트리. 레이디 가가는 기본적으로 멋진 싱어송라이터인데다가, 퍼포먼스가 훌륭하다는 사실은 당연히 알지만, 누구나 다 아는 이런 트래디셔널 팝을 이렇게까지 잘 소화하리라고는 상상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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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dy is a Tramp'는, 원래 프랭크 시나트라가 영화에서 불렀던 곡이다. 가사도 자유분방한 여인의 소울이 느껴지는 터라, 레이디 가가에게 딱이다. 개인적으로 이 곡을 듣고 난 후, 영화 ‘마스크’의 코미디 배우로 기억되던 ‘짐 캐리’가, ‘이터널 선샤인’에서 보여준 충격적일 정도의 깊고 성숙한 연기로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던 느낌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원래 곡은 이랬었다고 한다(프랭크 시나트라 버전).
레이디 가가와 토니 베넷의 듀엣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그 이후, 그래미 어워드에서 부른 'Cheek To Cheek'을 보여드리겠다. 레이디 가가가 좀 요란을 떨어도, 그런 요란에 당황치 않고 산전수전 다 겪어본 노익장답게 오히려 허허하고 웃으며 그녀를 더 빛내주려는 황금 매너의 신사 토니 베넷, 그 둘 사이의 음악과 인간적인 케미스트리가 너무도 따뜻하고 아름답게 빛난다. 나이를 넘어선 뮤지션 사이의 우정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Cheek To Cheek’은 원래 ‘프레드 아스테어’라는 배우가 영화에서 불렀던 노래이다.프레드 아스테어는 그 당시 춤으로 독보적인 연기자였는데, 노래는 춤에 비해서는 좀 그저 그랬다고... 하지만 워낙 춤을 잘 추는 스타라서, 나이가 들어도 계속 캐스팅이 되었다. 그래서 'Funny Face'라는 뮤지컬 영화에서는 까마득하게 어린 오드리 헵번과 짝으로 매칭이 되는 상당한 무리수까지 동반되었는데... 만드는 영화인들도 그걸 의식했는지, 내용 안에 그 둘이서 사랑에 빠질 때 뭔가 세대, 나이 차이 때문에 갈등하는 설정까지 있다는 비화가.... 두둥! (너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이라, 분명 비주얼과 작품성 모두 훌륭한 작품인데 가끔 꿈에서 깬다.)
위에 소개한 것은 듀엣이고, 레이디 가가 솔로로 부른 재즈 스탠더드 넘버도 있다.극단적인 퍼포먼스로 유명해진 레이디 가가가 트래디셔널 팝을 찾아 리메이크하는 행보는 신선하기 그지없는데, 정말 잘 해서 더욱 놀랍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뉴욕 뉴욕’은 여러 면으로 봤을 때 남자 노래인데, 이렇게 여자의 몸으로 불러젖힘에도 참 멋지다. 이런 것도 알고 보면 레이디 가가여서 가능한 퍼포먼스!
그리고 아래 영상은, 트래디셔널 팝은 아니지만 필자의 사심으로 올려본다.레이디 가가 눈에 잔뜩 뭐 안 바르고 얌전한 화장에 하얀 여신 의상을 입고 정상적으로?! 노래를 부르니 딴 사람 같다. (여러분, 레이디 가가가 원래는 이렇게 생겼다고 하는군요!) 좋은 뮤지션이자 퍼포머인 그녀. 예술가란 이런 사람을 말하는 듯하다.
뮤지컬 넘버, 재즈 스탠더드, 트래디셔널 팝 리메이크하면 절대 빠질 수가 없는 사람이 ‘마이클 부블레’이다. 캐나다 출신의 어린 소년은 할대디가 좋아하던 프랭크 시나트라의 뮤지컬 넘버들을 여기저기 행사를 다니며 불러젖히는데.... 그중, 유력한 정치인의 아내가 ‘저 멋진 청년은 대체 누구냐?!’를 물어본 것으로 시작하여, 그는 바야흐로 더 이상 프랭크 시나트라의 카피캣이 아닌, ‘마이클 부블레’로서 전성시대를 열게 된다. 느끼한 듯한 눈빛, 하지만 뭔지 모를 고전미와 중저음의 믿음직한 보이스를 감상하다 보면 시내트라와는 다른 부블레만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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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부블레와 제인 몬하잇의 듀엣으로 듣는, ‘I won’t dance’는 달달함 그 자체!프레드 아스테어가 춤추고 연주하는 원래 필름 장면도 일품이긴 하지만, 몽크 재즈 컴피티션 2위로 이름을 알리고 활발한 활동을 해오는 제인 몬하잇과 부블레의 밀당 케미도 너무 좋다. ‘제인 몬하잇’은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재즈 여가수 중 한 명인데, 목소리가 서정적이고 과한 장식 없이 우아한 스타일을 유지하기 때문에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본인의 ‘인생 공연’ 중 하나가 바로 제인 몬하잇의 공연인데, 두 번 다 뉴욕에서 거의 10년 간격으로 보았다. 한 번은 블루노트에서, 한 번은 버드랜드에서. 초창기 그녀는 예쁘고 목소리와 외모 다 되는 가수로 유명했는데, 십 년 동안 목소리는 그대로인데 사이즈가 상당히 많이 바뀌셔서 약간은 격세지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전혀 상관없다. 그녀는 너무나 훌륭한 음악가이다.누구에게나 그런 가수가 있지 않을까? 여행할 때 듣는 플레이 리스트.나의 경우에는 그녀의 앨범은 장거리 여행 떠날 때 듣는 음악이다. 꿈 많던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비를 다 모아서 한 달 간 뮤지컬만 보겠다고 떠났던 뉴욕 여행 때 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다. 뉴욕 대학교 앞의 블루노트에서 뭣도 모르고 들어가, 밸런타인데이 기념 콘서트를 보았는데, 그때는 그녀가 그렇게 유명한 가수인 줄도 모르고 그저 좋다고 생각하며 들었다. 몇 년이 흐르고 나는 졸업하고, 결혼하고, 애도 낳고, 심지어 뉴욕대로 유학을 가서 학생이 되었고, 뉴요커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버드랜드를 지나치다 그녀의 콘서트 전단을 보게 되고 스르르 끌려 들어갔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나에게 시간여행을 하게 해주었다. 노래를 들으며, 참 10년간 생각지도 못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독자 여러분의 인생 공연, 여행 플레이 리스트는 무엇이실지...?! 혹시 추가할 것이 있으시다면, 뉴욕 냄새 물씬 나는 그녀의 목소리 한 번 추가해 보심이 어떨는지 제안 드린다.
현대카드 공연을 맘 졸이며 광속으로 예매에 성공하고, 모든 노래를 떼창으로 화답하던 우리 배달의 민족들에게 마룬 5 리더, 애덤 리빈의 음성은 특별하다. 어딘지 모르게 얍실한데 섹시하기도 한 그 특유의 목소리로 옛날 아메리칸 팝을 듣는다는 설정 자체부터 로맨틱하지 아니한가?!사실, 이 노래는 중음역대 목소리에 어울리는 노래이긴 하고, 부블레처럼 부르는 게 정석이나... 애덤 리빈이 부르겠다는데 그런 일반적 상황이 무슨 소용인가. 약간 좀 얍삽한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애덤 리빈이 부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일단... 로맨틱. 성공적. 들어보자.
눈빛이 살아있는 영국의 악동 뮤지션 로비 윌리엄스. 그가 락 스타라는 사실을, 이 공연을 보면 잠시 잊게 된다.
아메리칸 영화 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1위에 꼽히기도 했던 ‘싱잉 인 더 레인’의 한 장면.춤으로 따지면 로비 윌리엄스는 진 켈리의 아성을 넘지 못하겠지만, 그의 공연의 포인트는 다른 곳에 있다. 저 자신감과 이글거리는 날 것이 이런 스윙 노래에 들어가니, 참 묘하게 매력적이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싱어, 로비 윌리엄스! (저 타고난 야한 눈빛을 보소... 팝 스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의 관상이로다.)
오늘은 뮤지컬 영화 삽입곡이 스탠더드 넘버가 되어 유명 가수가 리메이크 한 작품들을 둘러보았다. 시간이 지나 영화는 올드하다고 생각되어도, 곡들은 남아 새로운 스타일로 각기 다른 뮤지션들에 의해 매일 재창조 되고 있다. 음악의 생명력과, 시간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느끼며... 플레이 리스트에 올드&뉴 폴더 하나 추가해보심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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